[인터뷰] 이준영 “한수강은 연기한 저조차도 이해하고 싶지도,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에요”
“‘진짜 별로다’ ‘원래 성격 저런 거 아니야?’ 이런 말을 들으면 성공했다고 봐요. 물론 열심히 해명은 해야겠지만요.”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제작 스튜디오N)에서 안하무인으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한수강 역을 맡아 서사 없는 악인에 도전한 배우 이준영은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듣고 싶은 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극중 한수강은 학교폭력을 주동한 인물로 2년을 유급 당했다. 성인이지만, 고등학생 신분으로 학교의 왕 노릇을 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분노를 유발한다.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영은 한수강의 악행에 이야기한 뒤 여러 번이나 “죄송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수강은 연기한 저조차도 이해하고 싶지도, 상종하고 싶지도 않은 인물이에요. 부담도 많이 됐어요. 텍스트로만 읽어도 너무 기괴하고 이상했죠. 말이 안 되는 인물인데, 저나 저희 회사가 모험가 기질이 있어요. ‘같이 배 탈래?’라는 느낌으로 탐험을 떠났어요. 그런데 개봉하면 어떻게 될까요? 걱정되긴 하네요. 하하“
● “손숙 선생님 눈만 봐도…울컥했어요”
‘용감한 시민’은 불의는 못 본 척, 성질은 없는 척, 주먹은 약한 척 살아온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이 선을 넘어버린 악행을 저지르는 한수강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는다. 극중 한수강은 든든한 뒷배경만 믿고 무자비한 학교 폭력을 자행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교권을 침해한다.
이준영은 “나쁜 놈은 그냥 나쁜 놈”이라며 “감독님과 이 친구가 나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나 사연을 관객들이 단 1초도 생각하게 하지 말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한수강은 이준영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촬영 도중 눈물을 참아야 했던 순간도 많았다. 특히 한수강이 괴롭히는 고진형(박정우)의 할머니로 등장해 한수강 일당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역할을 소화한 손숙이 “힘들지?”라고 했을 때는 크게 울컥했다.
그는 “손숙 선생님의 눈만 보면 울 것 같았다. 그때 친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촬영 전부터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격려를 해줬다”며 “그 순간 집중해서 빨리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 “무너지는 한수강의 표정 보여주고 싶었죠”
촬영이 끝나면 연출을 맡은 박진표 감독은 이준영을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가해자 역할을 소화하며 심적으로 힘들었을 배우에 대한 배려였다. 이준영은 “되게 따뜻했다. 더 열심히 하게 됐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이준영은 현실적인 연기를 위해 거의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액션을 직접 소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얼굴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한수강이 (소시민에 의해)망가지고 무너지는 순간순간들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20대 마지막 액션이라고 생각하고 진짜 몸을 던졌습니다.”
이준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와 ‘마스크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마스크걸’에서 김춘애(한재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남자친구 최부용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살기 넘치는 그의 눈빛은 많은 이들에게 이준영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연속으로 악인을 맡은 것에 대해 “어쩌다 보니 시기가 이렇게 됐다. 앞으로 나올 작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미지를 깨고 뛰어넘는 것도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악역을 연달아 선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털어놨다.
● “배우로서 목표? 관객들 속이고 싶어요”
그룹 유키스 출신으로 2017년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을 한 이준영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용감한 시민’을 통해 첫 상업영화 주연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개봉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 낯설기도 한데, 시사회 후 든 생각은 후련하다는 감정이었습니다. 되게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더라고요.(웃음) 주변의 도움 주신 분들이 많아서 운 좋게 여기까지 잘 온 거 같아요. 더 잘 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이준영은 배우로서 목표에 대해 “많은 분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했다.
“연기할 때 듣는 반응 중에 ‘이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는 반응을 좋아해요. 이번에도 관객들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속이면 성공인 거죠. 이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분들을 속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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