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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범인으로 몰렸던 무고한 소년들, 미리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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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 SWOT 분석] 뜨거운 실화의 힘 VS 극장으로 오기까지…

40년 동안 오직 영화 연출에만 몰두해왔던 정지영 감독이 새 영화 ‘소년들’로 돌아온다. 데뷔 40주년 맞는 해에 내놓는 신작이다. 굵직한 한국 현대사부터 실화 사건의 이면을 들춘 작품으로 관객과 오랜 기간 깊이 소통해왔던 감독이 세상을 놀라게 한 실화에 다시 주목한다.

11월1일 개봉하는 ‘소년들'(제작 아우라픽쳐스)은 1990년대 후반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일어난 강도 치사 사건을 다뤘다. 3명의 소년이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되지만 이내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이에 의문을 품은 형사가 16년이라는 시차를 두고 진실을 다가서는 이야기다. 배우 설경구와 유준상, 진경, 엄혜란, 허성태가 주연을 맡았다.

‘소년들’은 정지영 감독의 작품이란 사실에서 주목받는다. 실화를 다룬 작품에 주력해 매번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질문을 던진 연출자. 이로 인해 ‘소년들’은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의 맥을 잇는 ‘정지영의 실화 3부작’으로도 불린다.

과연 정지영 감독의 실화 영화가 가을 극장에서 관객에게 다시 한번 커다란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영화가 궁금한 관객을 위해, 예매를 망설이는 관객을 위해, ‘소년들’을 SWOT분석(강점·약점·기회·위기)으로 살폈다.

● 강점 (Strength)… 가슴을 뜨겁게 달굴 ‘실화의 힘’

‘소년들’은 1999년 전북 삼례에서 일어난 슈퍼마켓 강도 살인사건인 일명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한밤중 침입한 강도가 잠자던 70대 할머니를 살해하고 현금과 폐물을 털어 달아난 사건으로, 인근에 살던 10대 소년 3명이 범인으로 붙잡혀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국내 대표적인 ‘재심’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사건이 벌어진 그해,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있었음에도 제보는 은폐되고 3명의 소년은 복역해 만기 출소한다. 이들이 누명은 2016년 10월에야 벗겨졌다. 지난한 재심을 통해 강도 치사 혐의에 대한 무죄를 받으면서다.

‘소년들’은 실화에 충실한 작품이다. 다만 사건을 바라보는 화자를 형사로 설정해 진범을 찾는 범죄 추적극의 장르적인 재미를 보탰다.

소년들이 수감된 이듬해 반장으로 부임한 베테랑 형사 황준철은 진범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재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모종의 세력에 의해 그의 뜻은 좌절되고 16년이 흐른다. 황준철 앞에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윤미숙(진경)과 3명의 소년이 찾아오고, 서서히 사건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건에 얽힌 실존 인물들이 엄연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상황에서 ‘소년들’의 이야기는 힘을 발휘한다. 여러 시사 프로그램과 보도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이 소년들의 억울함은 이미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극했고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실화의 강렬한 힘을 예고한 ‘소년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약점 (Weakness) … 다 아는 이야기, 그럼에도 정지영이라는 이름

실화 소재의 영화는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지만, 한편으론 ‘알려진 이야기’라는 사실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년들’이 과연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소년들’의 소재인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2016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재심을 이끈 박준영 변호사가 뉴스는 물론 예능에도 출연해 해당 사건을 널리 알렸고,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 프로그램이 집중 조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 아는 이야기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소년들’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다.

다만 영화의 연출자가 그 누구도 아닌 정지영 감독이란 사실에서는 기대감이 형성된다. 최근 10년간 실화 소재의 영화로 반향을 일으키고 흥행 성과까지 거둔 점에서 더욱 시선을 떼기 어렵다.

정지영 감독은 부당한 직위해제에 대항하는 교수의 법적 투쟁을 다룬 실화를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2012년)로 346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고 김근태 전 장관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던 시기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한 실화를 옮긴 ‘남영동 1985′(2012년)를 통해 국가 권력으로 자행된 인권 탄압을 고발했다.

이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서 드러난 ‘금융권 모피아’를 고발한 ‘블랙머니'(2019년)로 248만명의 관객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새롭게 내놓은 ‘소년들’은 정지영 감독의 ‘실화 시리즈’로 불린다.

● 기회 (Opportunity) … 뚜렷한 경쟁작 없는 시기 독점

‘소년들’의 개봉하는 11월1일에는 이와 경쟁할 이렇다할 작품이 없다. 최근 여름과 추석 연휴는 물론이고 이후로도 같은 날 상업영화 2~3편이 동시에 개봉해 가뜩이나 줄어든 관객을 나눠 가진 사실을 고려하면 비교적 여유로운 상황이다. 영화의 완성도와 메시지의 파급력이 뒷받침된다면 11월 초 극장가를 노려볼만 하다.

‘소년들’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오랜 기간 관객에 두루 신뢰를 얻은 인물들이란 점도 기대를 더하는 대목이다. 판타지나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벌어진 억울한 일들에 엮인 캐릭터를 맡아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화의 중심은 배우 설경구가 맡는다. 작품의 화자인 황준철 형사를 맡은 그는 앞서 ‘소원’ ‘1987’ ‘자산어보’ ‘킹메이커’에 이르기까지 실화나 실존 인물을 그린 영화에 여러 번 참여해왔지만 이번 ‘소년들’에 임한 각오는 달랐다고 했다.

“배우 입장에서 ‘소년들’의 실화는 더 세게 오는 게 있었고 끌리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한 설경구는 “무엇보다 한국영화의 과거이자 미래이기도 한 정지영 감독님과의 작업은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었다”고 말했다.

설경구와 대척점에 있는 경찰대 출신의 수사계장 최우성은 배우 유준상이 연기한다. 황준철의 재수사를 방해하면서 진실을 은폐하는 인물이다. 정지영 감독은 “유준상의 선한 얼굴로 악역을 연기할 때 더 설득력이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여기에 진경과 염혜란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황준철의 아내 역을 각각 맡아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운다. 출연작마다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를 펼치는 두 배우의 존재는 ‘소년들’을 향한 기대를 높인다.

● 위기(Threat) … 9월에도 급감한 극장관객, 반등 기회 절실

코로나 팬데믹은 지나갔지만 극장을 떠난 관객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올해 5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3’의 흥행 돌풍이 무색할 정도로 극장가 빅시즌으로 꼽히는 7~8월 여름과 9월 추석 연휴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특히 9월 영화 매출액은 653억원(영화진흥위원회 집계)으로 급락했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17년~2019년 영화 평균매출액인 1223억원과 비교해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 등 대작이 일제히 개봉했지만 관객의 고른 선택을 받는데는 실패했다. 10월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월은 전통적으로 극장기 비수기에 해당하는 시기. 물론 최근 성수기와 비수기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지만 연휴가 거듭된 9월~10월에도 살아나지 못한 극장 침체기가 11월까지 이어진다면 ‘소년들’ 입장에서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해야한다.

하지만 언제나 ‘반전’은 있다.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과 ‘블랙머니’ 역시 개봉 전에는 흥행 면에서 큰 기대를 받지 않았던 작품들. 정작 영화를 공개한 이후 이야기와 메시지의 강력한 힘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소년들’로 그 힘을 이어갈 차례다.

맥스무비
CP-2023-008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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