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칸·베를린·베니스 석권 하마구치 류스케, “韓 관객, 끊임없이 질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년)로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과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우연과 상상'(2022년)으로 제7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을, 그리고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제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의 영예를 얻었다.
3년 사이에서 소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베를린, 베니스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1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렸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이콘 섹션 공식 초청작이다.
● “지난 10년동안 일본에서 많이 벌어진 일…”
영화의 배경은 도쿄와 가깝지만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작은 시골마을이다.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와 그의 딸 하나(니시카와 료)가 살아가는 마을에 코로나19의 위기가 끝나갈 즈음 글램핑 야영장을 건설하겠다는 주민 설명회가 열린다. 영화는 야영장이 생기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는 기업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한 내용이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을 맡았던 음악가 에이코 이시바시가 하마구치 감독에게 공연용 영상을 제작해달라고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공연용 영상으로 출발한 기획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수상 성과를 낸 장편영화로 거듭난 것이다.
“그동안 대사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강점으로 해왔기 때문에 (이번 작업이)새로운 도전이 되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제안을 수락한 하마구치 감독이지만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달라는 지침이 없어서 직접 찾아야 했다”고 밝혔다.
하마구치 감독이 처음 시도한 것은 음악가 에이코 이시바시와 관련된 것으로 아이디어를 찾는 일이다. 감독은 “이사바시의 음악 스튜디오 근처에서 자료를 조사했다”고 말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마구치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다르게 도시화에 따른 지역 갈등 등 사회적인 이슈가 돋보인다.
“(음악 스튜디오는)도쿄에서 차를 타고 2시간 정도 가야 나오는 곳이었는데, 실제로 갔더니 영화에 등장하는 주민 설명회가 열리는 상황이었어요. 지역민과 인터뷰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죠.”
“주민들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생활 공간에 도시의 개발 논리가 들어오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그때 ‘이것이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늘 영화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지만, 개인과 사회는 밀접하게 연결됐기에 결코 (이번 영화도)사회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마구치 감독은 “사람은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장기적으로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하지 않고 엉성한 계획을 세운다”며 이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에서 많이 벌어진 일”이라고도 했다.
그는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이익만 좇을 때 벌어지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환경도, 인간도 파괴될 수 있다“며 “여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고 지혜를 얻지 않으면 이 일은 반복될 수 있다”고 짚었다. 자신이 지닌 이 같은 문제의식을 이번 영화에 반영하고 싶었다고도 말했다.
● “고레에다 감독과 이름이 같이 불리는 미래, 상상하지 못했다”
현재 일본은 물론 한국 시네필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각종 해외 시상식에서 상을 휩쓰는 하마구치 감독은 “여러 행운들이 겹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며 “부담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부담이 신경 쓰이는 건 아니다”고 했다. “담담하게 만들고 싶은 영화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입장”이라고도 덧붙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초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 빛을 냈다면, 후반부는 하마구치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존재감이 빛난다. 하마구치 감독은 이날 오후 스페셜 토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고레에다 감독과 이름이 같이 불리는 미래가 올 거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던 하마구치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 관객들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젊은 관객들이 많고 질문도 끊이지 않는 인상을 받았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일본 관객들이 고령화된 상황에서 젊은 관객들이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들과 교류는 늘 기대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설렘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에서 눈에 띄는 부분도 있다. 극중 타쿠미 역을 맡은 오미카 히토시가 ‘우연과 상상’부터 하마구치 감독과 함께해 온 제작부 스태프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촬영 장소를 함께 답사하면서 카메라 테스트를 했는데, 하마구치 감독은 “오미카 히토시를 (테스트로)찍다 보니 ‘이 사람이 타쿠미 역할을 맡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돌이켰다. 감독은 “오미카 히토시의 얼굴 표정도, 느낌도 좋았다”며 “살쾡이 같은 얼굴을 가졌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제안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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