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은 2009년 MBC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 도중 낙마 사고로 말에서 떨어지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이 척추를 찍으며 큰 부상을 당했다. 이로 인해 ‘말 트라우마’에 걸려 말 근처에만 가도 헛구역질을 하는 등 김남길은 사고 이후 기나긴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랬던 그가 신작 ‘도적: 칼의 소리’를 통해 지독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한다.
[인터뷰] ‘도적’ 김남길 “치열하고 처절한, 감정까지 담아낸 액션”
“저도 말을 쓰다듬어 주고 당근도 주고 뽀뽀도 해주고, 이름도 불러줬어요. 말들이 여리고 순한 아이 같더라고요.”
“부모님과 제가 나온 예능 ‘유퀴즈’를 같이 보는데, 부모님께서 한 번도 웃지 않으시더라고요. 워낙 높낮이가 없는 분들이거든요.”
부모님의 반응을 진지하게 꺼내는가 싶더니, 이내 김남길은 ‘유퀴즈’ 방송 때 옆에 있던 부모님께 건넨 “나 잘하고 있지~ 어릴 때 공부 못한다고 했는데 이제 보니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라는 말을 그대로 흉내내면서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다.
주위에 웃음을 안기는 유쾌한 모습도 잠시. 이번에는”현장에서 후배들과 촬영할 때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며 “무조건 내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어른스럽게 말한다.
유쾌함과 진지함, 장난기와 성숙함을 오간다. 바로 배우 김남길이다.
● 원테이크 액션의 이유 “감정을 담았다”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칼의 소리'(극본 한정훈·연출 황준혁, 이하 ‘도적’)로 돌아온 김남길을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형 웨스턴’을 표방한 ‘도적’에서 김남길은 노비 출신의 일본군 이윤을 연기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1909년 실제로 일어난 일본군의 남한 대토벌 작전이다. 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몇년 후 간도로 떠난 이윤은 그곳에서 마적들에게 약탈당하는 조선인들의 비극을 목도하고 간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동포들을 지키기 위해 도적단을 꾸린다.
1회에서 이윤이 홀로 마적 패거리를 찾아가 전멸시키는 장면은 원테이크 기법(촬영을 끊지 않고 한 번에 찍은 영상)으로 촬영됐다. 이윤이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각성하는 중요한 장면이기도 했다.
김남길은 “컷을 나누면 촬영이 수월하지만, 간도에 죽으러 간 이윤이 다시 총을 들 수밖에 없는 원망과 분노, 후회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액션에 감정이 드러나길 원해서 어렵지만 원테이크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액션을 할 때 치열함과 처절함이 많이 담겼으면 했어요. 얼굴 표정도 많이 썼고, 동작을 할 때 크게 휘둘러서 감정적인 것이 보이도록 했습니다.”
‘도적’은 김남길의 첫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이다. 그는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지만, 1920년대 시대적 배경을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시선으로 봤을지 궁금하기는 하다”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27일 기준 ‘도적’은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 부문(비영어) 6위를 기록 중이다.
● “하루 종일 돌린 총” 내 몸같이 만들기 위한 작업
‘도적’은 모래바람이 날리는 거친 황야의 땅 간도에서 벌어지는 총격전과 너른 대지를 가로지르는 마상 액션 등 색다른 볼거리를 담았다. 특히 김남길은 서부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총기 윈체스터와 리볼버 권총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현란한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김남길은 “총을 내 몸같이 만들기 위해 쉼 없이 연습을 했다”고 돌이켰다.
“윈체스터 무게가 거의 15kg이었는데, 눈 뜨면 돌리고 자기 전에도 돌렸어요. 제주도에서 드라마 ‘아일랜드’를 찍고 있었을 땐데, 차에 가지고 다니면서 중간중간 돌리기도 했죠.”
“손가락 감각을 익히기 위해 촬영하기 2~3개월 전부터는 하루도 빼놓지 않았어요. 거실에서 하도 돌리니까 어머니가 어지럽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리볼버 역시 10kg에 육박하는 무게로 “들고 있으면 손이 파르르 떨렸다”며 “힘으로 돌리려고 하면 손목이 나가서 무게 중심을 이용해서 돌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화 ‘존 윅’같은 액션을 해보고 싶다고 소망했던 김남길은 ‘도적’을 통해 ‘K 존 윅’으로 변신했다.
이를 언급하자 “‘존 윅’은 자동소총이고, ‘도적’은 수동이라 총알 수가 정해져 있어서 총알을 하나하나 넣어야 했다”며 “거기서 오는 유니크함이 있지만, 스피드는 떨어졌다”고 했다. 아직 ‘K 존 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음을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과거 사극을 찍다가 말에서 떨어진 뒤 말 근처만 가도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를 겪었던 김남길은 ‘도적’을 촬영하면서 이를 극복했다고도 말했다.
“정우성 형이 과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 당시 말에서 떨어져 전완근이 골절됐어요. 그때 스태프들이 놀라서 달려 오니까 오히려 ‘말이 놀라니까 오지 말라’면서 말을 쓰다듬어 줬다고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고 ‘저거야!’ 싶었죠.(웃음) 저도 말을 쓰다듬어 주고 당근도 주고 뽀뽀도 해주고, 이름도 불러줬어요. 말들이 여리고 순한 아이 같더라고요.”
● “시즌2 원해…시기는 내년 가을? 하하”
총 9회로 이뤄진 ‘도적’은 시즌2를 암시하는 결말로 끝났다. 이윤과 이광일(이현욱), 남희신(서현)의 과거 서사나 최충길(유재명)과 언년이(이호정)의 관계, 간도 지방 불령선인 초토 계획을 둘러싼 이윤의 대응 등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김남길은 “‘도적’은 원래 20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라며 시즌2가 나오게 된다면 “풀리지 않았던 서사, 강력한 빌런 등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즌2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된 것은 없어요. 그런데 내년 가을에는 제작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제 개인적인 바람은 있습니다. 그러면 넷플릭스에선 ‘논의된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이 나오겠지만요.(웃음)”
김남길은 최근 종영한 MBC ‘뭐라도 남기리’를 통해 여러 멘토들을 만나며 ‘좋은 어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에 젊은 친구들과 촬영하다 보니까 그들의 생각을 편협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지금도 부모님에게 감사한 것은 ‘내 자식이 제일 잘났어’로 키우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내가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은 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조심스럽지만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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